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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연습 할때 악보를 해석하는 방법

by apriljane 2024. 7. 8.

피아노 악보

 

 

악보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공부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악보의 계이름이나 음표의 길이 등 시각 정보를 읽을 줄 아는 것은 공부의 결과가 아닙니다. 단순 암기로 상식을 가진 것뿐입니다. 단순 학습자와 공부한 사람의 연주를 들려 드릴 수 있다면 더 설득력이 있겠지만. 지금 여기서는 그럴 수 없으니 그 차이를 상상하실 수 있도록 설명해 보겠습니다.

 

악보 해석


단순 학습자는 악보를 보고 계이름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바쁩니다. 반면 악보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음표들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처음 시작한 음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음의 길이는 어떻게 다른지, 왜 거기에 쉼표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집중합니다.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내고 그 표현들을 느끼려는 작업에 집중합니다. 물론 후자가 악보를 가지고 이렇게 공부다운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전자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악보 없이 초보자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만난다면, 음과 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공부부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어느 순간이 되면 악보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곡이 길수록 다 기억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단순 학습 단계에서는 악보를 보는 순간 단번에 계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악보가 눈에 잘 들어올 때까지 악보 보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손으로 더듬지 않고 건반을 바로바로 짚을 수 있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학생에게만 악보를 해석하는 방법,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학생들이 아니라 요행을 바라지 않는 학생들입니다. 피아노를 공부할 줄 알게 되면 연주자가 되거나, 피아노를 통해 미이 공부다운 공부를 했던 그 경험으로 다른 공부도 할 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 학습자들은 진짜 공부가 시작되려고 할 때 배움을 멈춥니다. 

 

악기연습과 공부


악기 교육을 받는 사람을 모두 악기에 관해서만 공부다운 공부를 하라는 말이 아닌 공부의 과정을 이야이하려는 것입니다. 불편함을 감내하고 연습을 해서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고통은 사라집니다. 대신 더 깊은 배움으로 들어갈 수 있고, 드디어 진정한 공부가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배움의 즐거움입니다.
저는 단지 건반만 두드리던 단순 학습자 수준에서 처음 음악적 배움의 수준으로 들어가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의 놀라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계이름을 건반에 그대로 옮겨 두드리는 것이 아닌, 음을 듣고 표현하는 일이 경이로웠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이제야 처음 알다니, 한편으로 너무 송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만큼 그 공부가 더욱 소중해졌습니다. 연습이 힘들어도 그 감동에 매료되어 마치 새벽 등산하듯 힘든 것도 잊고, 피아노 앞에 긴 시간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가 재미있으려면 고통의 시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편안함이나 고통, 불편함 등을 느끼는 감각이 생명감각입니다. 산을 오르면서 힘들다고 느낄 때, 시험을 보면서 너무 어렵다고 느낄 때, 그때 생명감각이 기능하는 것입니다. 생활력은 생명감각의 단련 정도에 비례합니다. 

 

해석 감각 키우기


공부뿐 아니라 자기 한 몸 건사하는 데 필요한 경제 활동도 생명감각과 연관됩니다. 내 아이에게 악기 교육을 시켜도 아이가 먹고 살 수 있을지 염려하는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경제력은 건강만큼 중요합니다. 공부는 단순암기로 상식을 쌓는 활동이 아닙니다. 상식은 반복 노출로 주입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내가 자발적으로 깊이 들어가는 활동입니다. 학생 또는 자녀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안주하는 것은 교사나 부모의 생명감각과 사고감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명감각과 사고감각은 낮과 밤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해가 계속 떠 있다면 밤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생명감각이 그 기능을 다해야 사고감각이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시고감각은 불편함에 적응이 되고 단련이 되어 더 이상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 그때부터 가능합니다. 생명감각의 기증이 완전히 물러난 시점입니다. 오르기 만만치 않은 설악산 대청봉을 목적지로 해가 뜨기 전인 캄캄한 시간에 출발한다고 합시다. 캡 라이트가 비추는 내 발과 기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청봉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앞이 보이면 지레 겁먹고 힘이 빠질 것입니다. 시각은 이런 식으로 내 역량을 왜곡시키기도 합니다. 
밝은 낮에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의지적 행위를 흐트러 트릴 바로 그래서 힘들다고 하 핑곗거리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고감각은 캄캄한 새벽을 비추는 캡 라이트의 한줄기 빛처럼 하려는 행위, 해야 할 것에 집중하게 합니다. 왜곡되지 않은 의미, 즉 본질을 파악하게 합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