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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잘 보는 방법- 상상력과 기억력, 소리 듣기

by apriljane 2024. 7. 12.

어려운 악보를 보고 소리를 상상하기

 

 

악보를 본다는 의미

 

악보를 볼 줄 아는 것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사과라는 글자를 쓰고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사과가 어떤 맛인지 어떤 의미인지 연상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악보에서 어디에 위치한 것이 도이고 또 어디에 위치한 것이 솔인지 하나하나 짚으면서 듣다 보면 알게 됩니다. 도는 어떤 느낌이고 솔은 어떤 느낌이며 더 나아가 도에서 바로 솔로 연결될 때 어떤 느낌인지 등을 말입니다. 그러나 듣지 않으면 모릅니다. 더듬어서라도 악보를 읽을 줄 알지만 음에 대한 느낌을 떠올릴 수 없다면 악보 읽는 능력은 음악을 즐기는 데 사용되지 못합니다. 악보를 능숙하게 볼 줄 아는 것은 전공자가 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악보의 계이름을 볼 줄 알지만 그 계이름이 주는 느낌을 떠올릴 수 없다면 악보라는 시각적인 것에 먼저 의존해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음에 대한 느낌을 안다는 것이 절대 음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음이 지닌, 그 음이 음악이 되는 고유의 가능성을 감지할 줄 아는 것을 말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악보를 못 볼수록 그래서 적극적으로 들을수록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악기를 배우는 학생이 악보 보기를 어려워한다면 어쩌면 그 아이에게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듣고 따라 하는 교육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악보를 잘 보았으면 하는 소망은 음에 대한 느낌이 어느 정도 생긴 뒤에 천천히 이뤄져도 괜찮습니다.

 

상상력과 기억력

악보를 잘 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물론 잘 볼 줄 안다면 좋습니다. 들려오는 소리를 악보가 없다고 흉내 낼 수 없고 또 악보의 음들이 움직이는 것을 정서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악보를 잘 보는 것이 음악을 즐기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음악을 그만둬야 할 때는 악보 보는 실력이 늘지 않을 때가 아니라 듣지 못할 때입니다. 듣고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 한 악보를 더듬더듬 읽을지언정 음악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악보는 다 기억하지 못하는 분략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소리와 소리가 주는 느낌을 기억하면 악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악보를 잘 보는 것은 상상력이 부족할 때 필요합니다. 저는 처음 보는 악보를 읽는 수업을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악보의 첫째 마디를 읽는 학생에게 그 뒤로 이어지는 몇 마디를 가리고 물어봅니다. 그다음에 어떤 음이 나올지 상상해서 쳐보라고 합니다. 첫째 마디와 똑같은 패턴이지만 한음만 올려 시작해 보라고 힌트를 줍니다. 그러면 악보 없이 그 다음 마디를 맞춥니다. 그러고 나서 악보를 확인시켜 줍니다. 확인 작업은 빠르게 진행됩니다. 악보부터 보게 하면 계이름부터 파악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록밴드인 퀸의 리드 보컬이자 최고의 보컬리스트인 프레디 머큐리는 악보를 읽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혼성 팝 그룹 아바의 멤버들 역시 악보 읽는 법을 잘 몰랐습니다. 다만 그들은 상상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상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베토벤이나 쇼팽은 악보를 잘 볼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악보를 보기도 전에 상상하고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작곡의 원리입니다. 악보를 잘 보는 일은 자신이 상상한 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을 때 필요합니다. 상상력은 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듣는 데서 나옵니다. 미취학 아동에게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리 듣기

보여 주지 않으면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감이 부족하다고 표현합니다. 감은 어떤 대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자발적 상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바로 감이라는 통찰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시각적인 보조 자료, 즉 악보에 의존적일수록 그렇게 됩니다. 스스로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고 쓸 말이 없듯 손이 있어도 연주할 수 없습니다. 몸이 쇠약한 경우를 제외하고 몸이 있어도 움직일 수 없는 일은 스스로 상상할 수 없을 때 일어납니다. 보지 않고는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통찰력 부족입니다. 부디 듣기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자꾸 보여 줄수록 더는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악보 보기는 음에 대한 감을 가지게 된 뒤에나 중요합니다. 보통 사람은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듣기 연습을 하면 그 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악보를 능숙하게 보지 못해 악기를 그만두었다면 그간들의 시간을 아까워하거나 원통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악보 보기보다 듣기가 싫어질 때 진짜 그만둬야 합니다. 듣기 싫으면 악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듣고 싶으면 악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도 다음 음들이 머릿속에서 울립니다. 그리고 악보를 보며 확인하려는 노력에서 악보 보는 실력이 점차 늡니다. 들으려는 노력이 볼 수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보려고만 하는 것은 들으려 하지 않게 되고 결국 보지 못합니다. 상상으로든 실제로는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